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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마고 Mago

by Ganze 2025. 7. 22.



1화
기적 그리고 기억



그룹명조차 뭔가 평범한 <12 트웰브>는
KPOP전성시대에 걸맞지 않게
서울 외곽의 오래된 건물 지하에서
매일 하루 열 시간 이상 안무를 연습했다.
배수관이 드러난 천장,
형광등은 금방이라도 나갈 듯 깜빡거렸고,
연습실 거울엔 습기가 끼어 있었다.
고장 난 환풍기, 땀 냄새, 퀴퀴한 먼지 냄새.
비록 쾌적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은
트웰브 멤버들의 꿈과 현실이 서로 단단하게
엮이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예린 언니, 저 오늘도 따로 야간 연습이죠?"
막내 김하늘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음성은 또렷했다.
"응. 근데 넌 좀 쉬어. 나 혼자 혼날 테니까."
예린은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끝을
웃음으로 덮었다.
그녀의 발목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고,
뒤에서 한지민이 팔짱을 낀 채 다가왔다.
“우리도 공평하게 망가져야지.
혼자 멋진 척 하지 마.”
모두 킥킥 웃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도, 진짜로 쉬지는 않았다.
멤버들은 매일매일을 데뷔 전날처럼 살았다.
연습복은 무릎이 헤졌고,
트레이닝화는 뒤꿈치가 떨어지고 밑창이 다 닳았다.
녹음실 대신 회의실에 담요를 깔고 보컬 연습,
안무 영상은 스태프의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했다.
처음엔 열세 명이었다.
그러다 한 명이 사라졌다.
아무 말 없이.
다음날, 거울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은 찢겨 있었다.
장예린은 그 종이를 조용히 주워 접고,
자신의 노트에 끼워 넣었다.
“그 애 몫까지 우리가 채우자. 알지?”
그녀의 말은 조용했지만,
누구보다 멀리 울렸다.
“난 진짜 모르겠어. 데뷔할 수 있을지...”
정세린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녀는 무릎을 안고 앉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사도 좀 그래, 곧 데뷔인데 음방 일정도
아직 안 잡고...이대로 쫑 날까봐 너무 무서워.”
예린은 옆에 앉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무섭지. 나도 그래.
근데 무대는 거짓말 안 해.
진심이면, 누군가는 알아봐.”
“…한 명이면요?”
막내 하늘의 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예린은 그 말에 눈을 맞췄다.
“그 한 명을 위해서라도, 우린 해야 해.”
한지민이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엔딩을 바꾸면 되지.
쫑난다는 말, 내가 제일 싫어하거든!”

세린이 작게 숨을 내쉬고,
하늘이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데뷔 쇼케이스날이 왔다.  
작은 극장 무대였지만 음향과 조명이 있는 무대.  
하지만 언론없이 데뷔를 무척이나 기다리던
팬들을 쇼케이스.
200석 객석에 찾아온 팬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지못한 팬들을 위해 자체 유튜브 라이브 중계를
계획했지만 중계 카메라의 딜레이가 심했고,
음향도 찌그러졌다.

“또 노래 끊겼어!”  
“그냥 계속해!”

무대에 오르자 조명은 뿌옇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리허설 때와는 다르게 마이크 소리가 먹히고, 멤버 몇 명이 박자를 놓쳤다.  
카메라 위치도 전달받은 것과 달랐고, 스태프가 중간에
손을 흔들며 위치를 바꾸라고 했다.  
누군가 무대 위에서 잠깐 울먹였지만, 그 순간도 조명 뒤에 가려졌기에 다행이었다.

결국 데뷔 쇼케이스 무대는, 모두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조용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팬 한 명이 찍은 직캠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12트웰브 데뷔 쇼케이스 장예린 포커스』
“저 리더 누구야? 카리스마 있게 예쁜데?!”
“눈빛에 진심이 있어.”
“얘네 음악 뭔가 달라!“
그 영상은72시간 만에 300만 뷰를 넘겼다.


방송 장비들은 난리법석이었지만
멤버들에겐 나름 뭉클하고 울컥했던 쇼케이스가
끝난 후 다시 연습실에 돌아온 멤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스피커 전원이 꺼진 조용한 공간에서,
누군가는 무릎을 안고 앉았고,
누군가는 거울 앞에 서서 멍하니 자기 모습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떨궈진 목소리로 “수고했어” 라고 말했지만,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예린은 아무 말 없이 거울 앞에 앉았다.  
손끝으로 메이크업 자국을 문지르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작게 웃었다.

누군가는 소리 없이 우는 멤버 옆에 물을 건넸고,
누군가는 머리를 푹 숙인 채 미동도 없었다.  
정적이 내려앉은 그 밤, 예린은 속으로 말했다.
‘우린… 진짜, 괜찮은 걸까?’

“앞으로 음방 활동 못하면… 우린 어떡하지?”
지민이 입을 열었다. 말끝엔 날이 서 있었다.
“음방도 못 나가면, 그냥 끝나는 거잖아.”
예린은 천천히 벽에 기대 섰다.
“그럼, 다시 시작하면 돼. 끝은 아니야.”
그 말에 유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 드라마 찍어야겠어요. 그 대사 어디서 난 거예요?”
세린이 작게 킥킥 웃었고, 하늘도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날 아무도 몰랐다.
그 조그만 웃음들이,
몇 년 뒤 세상을 울릴 서사의 첫 페이지가 될 줄은.



“일어나세요, 다들. 샵 가야 돼요…”

새벽 다섯 시 반. 리더 장예린의 목소리가 숙소 안에 울려 퍼졌다.
몸을 일으킨 건 단 둘뿐. 나머지 멤버들은 이불 속에서 신음을 흘리거나,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 어제 두 시 넘어서 들어왔잖아. 진짜…”

한지민이 눈을 비비며 속삭이자, 구석 침대에서
김하늘이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게 진짜 아이돌의 삶이란 말인가?”

거실의 형광등 아래, 멤버들은 순서대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짐은 늘 전날 밤에 미리 챙겨뒀지만, 문제는 얼굴이었다. 거울 앞에 선 유정이 퉁퉁 부은 눈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메이크업으로 이거… 안 가려질 텐데.”

“그냥 컨셉이라고 생각하자. 울다 잔 소녀들 컨셉.”
세린의 말에 기운 없는 웃음이 흘렀다.

“근데 진짜 오늘 샵 끝나고도 인터뷰 바로지? 그거 끝나면 음악방송 리허설?”
하늘이 핸드폰 캘린더를 확인하며 물었다.

“어. 그리고 리허설 끝나면 바로 팬사인회 장소로 이동.”
예린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느새 숙소 문 옆에서 멤버들의 스케줄을 다시 점검하고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누군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누적된 피로, 짧은 수면, 불규칙한 식사. 데뷔 이후 모든 것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 진짜, 스케줄 조정 좀 안 돼요? 도대체 왜 라이브 바로 다음에 촬영을 붙여?”
하늘이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매니저가 어정쩡하게 웃었다.

“일단… 회사 쪽에서 다 확인한 거니까. 다들 조금만 힘내자?”

“맨날 조금만이야. 조금씩 죽어가겠네.”
지민의 투덜거림에 분위기가 싸늘해지려는 순간, 예린이 입을 열었다.

“맞아, 우리 진짜 힘들지. 근데… 그래도 해보자. 첫 정규 앨범이야. 지금이 진짜 보여줄 때잖아.”

그 말에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지민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진짜 대단하다, 언니는. 무너지지도 않네.”

예린은 피곤한 눈을 억지로 뜨며 말했다.
“내가 먼저 샵 들어갈게. 끝나고 나오는 대로 스케줄 체크해서 정리해둘게.”

“리더라고 다 해먹냐?”
세린이 무표정하게 내뱉었지만, 말끝엔 힘이 없었다.

“그럼 오늘도 내가 먼저 혼나고 있을게. 너흰 조금만 더 자.”
예린은 얇은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 이 순간조차 그녀는 팀 전체를 떠올리고 있었다.

샵 내부, 아직 문을 연 지 5분도 안 된 시간.
스태프들이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있었고, 멤버들은 하나둘 대기석에 앉아 각자 휴대폰을 만졌다.

“또 쌍꺼풀이 이상하게 잡혔어. 안 풀렸잖아…”
유정은 거울 속에 비친 부은 눈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카메라 들어가면 다 무시돼. 라이팅이 살려줄 거야.”
지민이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 말엔 스스로를 향한 위로가 묻어 있었다.
그 순간, 예린이 조용히 거울 앞에서 입을 열었다.
“무대에 서는 이유가 뭐였더라, 우리…”
말은 작았지만, 모두가 들었다.
그리고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샵 메이크업 팀장이 예린에게 다가와 말했다.
“피부 상태 많이 안 좋네. 어제 또 못 잤지?”
예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오늘 카메라 근접샷은 없으니까… 다 가려질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동자는 이미 피로에 젖어 있었다.
그들의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무대는 아직 멀었고, 피로는 더 가까워졌다.


무대 리허설은 거칠고 불안정했다.  
사운드는 자주 끊겼고, 인이어에서는 거슬리는 잡음이 흘렀다.  
동선은 빡빡했고, 일부 멤버들은 입모양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정세린이 스태프에게 연거푸 허리를 숙였다.  
긴장을 감추지 못한 그녀의 눈가엔 땀이 아니라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전날 밤, 연습실 거울 앞에서 같은 구간을 서너 번이나 틀렸었다.  
안무 강사의 표정, 다른 멤버들의 침묵.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분장은 흐트러졌고, 수정할 시간도 부족했다.  
무대감독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백스테이지는 초조한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예린은 그런 멤버들을 차례로 바라보다가, 무대 모니터 앞에 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었다.  
지금은, 무너지고 있었다.
‘이게 다 내 탓 아닐까.’  
예린은 속으로 삼켰다.  
모든 인터뷰에서 "우리는 팀워크가 강점"이라고 말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팀이 흔들리고 있다.
“얘들아…”
예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을 꺼냈다.
“우리 지금… 진짜 무섭지? 나도 그래.  
근데… 우리, 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하자.”
한지민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예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단했다.
“우린 누가 손가락으로 찍어서 만든 팀이 아니야.  
하나하나, 오디션 보고, 살아남고…  
다 포기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맞아…”  
이서린이 중얼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해도 괜찮아. 우린 프로처럼 보여줄 순 없을지도 몰라.  
근데 진심은 보여줄 수 있어.  
무대에서, 마음만은 절대로 거짓말하지 말자.”
그 말에, 참았던 감정이 터진 듯  
윤정연이 흐느끼며 말했다.
“나 아까… 녹화 때 립싱크 놓쳤어.  
계속 그 생각만 나서, 너무… 너무 미안했어.”
“야, 그런 말 하지 마.”  
배지우가 정연을 꽉 안았다.
“우리 지금 시작도 안 했어.  
무슨 실수든, 무대 위에서 다시 다 보여주면 돼.”
윤해솔은 손목의 작은 멍을 보여주며 웃었다.
“봐봐. 어제 연습하다가 생긴 거.  
근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이상하게… 더 떨려서 아픈 줄도 모르겠어.”
긴장은 감정을 건드렸고,  
감정은 이내 웃음으로 번졌다.
멤버들은 어느새 원을 만들어 손을 마주 잡았다.  
손끝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 있는 체온은 모두 따뜻했다.  
어떤 손은 땀이 나 있었고, 어떤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게 지금의 <12트웰브>였다.
그 중심에서, 예린이 눈을 감았다.
“우리 진짜 팀이 되자.  
무대 위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꿈을 꾸는지… 다 보여주자.”
그 순간, 백스테이지의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반짝이며 깜빡이기 시작했다.
관객석엔 수십 개의 핸드폰 불빛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틈 사이로, 낮고 묵직한 음악의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작은 숨소리, 무대 바닥이 떨리는 진동.  
공기가 조용히 뒤흔들렸다.
그리고 MC의 외침.
“2025년, 가장 뜨거운 신예 걸그룹!  
드디어 데뷔 무대를 공개합니다!  
바로 지금, <12트웰브>!”
서로를 마지막으로 바라본 멤버들.  
모두, 울면서 웃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무대 앞으로 나아갔다.



조명이 켜졌다.  
음악의 인트로가 퍼지고, 안개가 발밑을 감싸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정해진 위치에 섰다.
인이어로 흘러드는 카운트.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심장이 그 박자에 맞춰 두근거렸다.  
서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각자의 숨결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박자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장예린이었다.  
예린의 손끝이 떨렸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정확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 하나로 모든 조명이 중심을 찾은 듯했다.
이어 윤정연, 정세린, 이서린이 흐름을 따라 몸을 튕겼다.  
순식간에 한 덩어리의 물결이 된 팀 <12트웰브>.
그 어떤 조명이 그들을 밝히기 전에,  
그들 스스로가 무대 위에서 빛이 되었다.
카메라는 무대를 천천히 잡았다.  
한지민은 카메라를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고,  
윤해솔은 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부드럽게 돌렸다.  
한쪽 입꼬리가 살짝 들린 해솔의 표정은 완벽한 여유를 품고 있었다.
배지우는 코러스를 부르며 입모양을 또박또박 맞췄고,  
박소민은 메인 보컬 구간에서 눈을 감고 고음을 뽑아냈다.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고, 고음이 끝난 순간 관객석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렀다.
관객석에서는 누군가 숨을 삼켰고,  
누군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떤 이는 핸드폰을 든 채 울고 있었다.
‘진짜다… 얘네, 진짜다.’  
누군가의 속삭임이 조용히 퍼졌다.
무대 후반부,  
서유진과 김하늘이 이끄는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유진은 격한 안무 속에서도 손끝을 잊지 않았고,  
하늘은 온몸을 튕기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냈다.  
하늘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있었고,  
그 표정마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어지는 클라이맥스.  
멤버들이 원형을 그리고 한 명씩 중심으로 들어왔다.
가장 마지막, 장예린이 센터에 섰다.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흘린 눈물도, 참아온 날도 다 이걸 위해 있었어.’
그녀는 손을 치켜들고, 시선을 위로 던졌다.  
그 눈에는 울지 않으려 애쓰는 자존심과,  
버틸 수 없었던 그리움과,  
멤버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음악이 멈췄다.  
조명도 꺼졌다.
무대 위, 숨소리만 가득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객은 알고 있었다.
이 순간,  
<12트웰브>는 무대를 '차지'한 것이 아니라
‘증명’해냈다는 걸.


백스테이지.
무대에서 내려온 그들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진짜… 해냈어. 우리가 진짜 해냈어…”  
윤정연이 흐느꼈고, 정세린이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울어도 돼?”  
이서린이 묻자, 배지우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안 울면 이상하지.”
박소민은 바닥에 주저앉더니 그대로 머리를 무릎에 묻었다.  
“나 아까 중심에서 반 박자 빨랐는데… 모르겠지?”  
“누가 그런 거 봐!” 강지유가 옆에서 웃으며 손등으로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장예린이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땀에 젖고 숨이 가빴지만, 눈은 맑았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우리.”
그 순간 누군가가 말했다.
“우린 진짜 팀이야.”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맞아’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도,
그녀들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2주 후,

“예린 언니!”
이하윤이 헐레벌떡 달려와 예린이를 다급히 불렀다.

“하윤아! 언제 돌아 왔니? 이번 주말까지 본가에
있는다고 하지 않았니?“

“언니! 소식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