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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 Mash up

시간과 기계 그리고 공간과 인간 - 9

by Ganze 2017. 10. 28.

“말씀해 주세요. 대체 시간이란 뭐예요?”

“조금 전에 너 스스로 해답을 찾았잖니.”

“아뇨. 제 말은, 시간이란 게…… 그러니까

시간이 뭔가일 거라는 뜻이에요.

시간은 분명 있어요. 대체 시간이란 뭘까요?”

“이번에도 너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모모는 한동안 곰곰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시간이 있다는 건 어째든 분명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만져 볼 수는 없어요.

붙잡아 둘 수도 없구요. 혹시 향기 같은 건

아닐까요? 하지만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 어떤

것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분명 시간이 나오는

곳이 있을 거예요.

혹시 바람 같은 건 아닐까요?

아니. 아니에요! 이제 알겠어요!

시간은 언제나 거기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음악 같은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음악을

이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나지막한 음악이었어요.”

호라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단다. 그래서 널 이리 오라고 부를 수

있었지.”

모모는 여전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이 또 있어요. 그 음악은 아주

멀리서 들려 왔지만, 제 안 아주 깊숙한

곳에서 울렸어요. 어쩌면 시간도 그런건지

몰라요.”

그러고서 모모는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가

머뭇머뭇 덧붙였다.

“그러니까 제 말은요, 바람이 불어서 강물에

물결이 이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닐까 하는

뜻이에요.

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했네요!”

“아니, 정말 멋지게 표현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네게 비밀을 하나 알려 주마.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여기 ‘언제나 없는 거리’에

있는 ‘아무 데도 없는 집’에서 나오는 거란다."

*미하엘 엔데, ‘모모’ 중에서

+++++++++++++++++++++++++++++

언제나 없는 거리.... 아무 데도 없는 집.....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계시간 개념에

휘말려 드는 순간,

우리가 숨쉬고 발 붙이고 살아가는 현재라는

삶의 공간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닌거죠.

현재에 발 붙이고 있어도

전혀 만끽하지 못하기 때문에

잃어 버리거나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은

그런 잃어 버린 현재, 사라져 버린 공간....

언제나 없는 거리.....아무 데도 없는 집.....

에서 나온다고 말한 것이지요.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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