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힘에 부쳐서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데 도대체 믿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무엇을 지시하면 대답은 `네네` 잘하는데 나중에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일이 진행되질 않습니다. 저는 공부도 많이 하지 못했고 정말 맨주먹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왜 그렇게 배짱도 없고 근성도 없는 건가요?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대구에서 황 사장)

황 사장님은 자수성가한 오너들이 흔히 겪는 `남도 나같아 증후군(Be Like Me Syndrome)`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이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맹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제껏 성공했다. 너도 그대로 따라서 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나처럼 하지 않느냐?
두 번째 특징은 본인만 행복하고 다른 모든 사람은 괴롭다는 점입니다. 소통이 단절된 장막 속에 살지만 정작 본인은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오너는 섬마을에서 맨손으로 상경해서 죽도록 고생하다가 조그만 공장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경기를 잘 타서 중견업체가 되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고 집안도 일으켰으니 한 인간의 삶으로는 그야말로 꽃을 피웠지요. 그 분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모두 자기 같은 줄 안다는 점입니다. 밤낮으로 쪼아대니까 젊은 직원들이 견뎌 내지 못합니다. 개인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사람 새로 뽑다가 볼 일 다 봅니다.
어떤 분들은 도무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늘 본인이 이미 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양방향 대화는 요원합니다. 부인이나 자녀들도 마치 벽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아예 입을 다문다고 합니다. 직원들도 오너가 "문제가 있으면 지금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할수록 조심합니다. "실패해도 좋으니 맘껏 해봐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믿고 달려들었다가 나중에 호된 책임을 진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슬슬 뒤로 빠집니다.
인간의 반복된 경험은 대뇌에 자기만의 스키마(schema)를 형성합니다. 모든 동물은 자기 영향력이 커질 때 신이 납니다. 오너는 사업이 잘될수록 심리적 자아가 확장되니까 재미있습니다. 자기 성공의 비결을 몇 가지 성공 스키마로 정리하고 그 위력을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스키마를 인정하지도 양보하지도 못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모든 사람의 스키마를 패배의 스키마로 보기 때문입니다.
성격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MBTI성격유형검사나 에니어그램이 성격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인문학이나 철학 공부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단 지식을 늘리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됩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감정이입을 해보아야 합니다. 관건은 위임입니다. 하루, 이틀…이렇게 시간을 늘려 가면서 대리인을 지정해서 맡기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요?
우종민, 인제대 스트레스 연구소장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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