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여행,
결국은 나를 위한 진짜 여행
*비빔 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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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여행 십계명
1.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교통편, 여행사를 이용한다.
2.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조개, 산호, 상아)은 사지 않는다.
3.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에 참여하지 않는다.
4.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쓴다.
5. 공정 무역 제품을 이용한다. 지나치게 가격을 까지 않는다.
6. 현지의 인사말과 노래, 춤을 배워 본다.
7. 여행지의 생활 방식과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춘다.
8.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기부한다.
9. 현지인과 한 약속을 지킨다. 약속한 사진이나 물건은 꼭 보낸다.
10. 내 여행의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출처(공정 여행이 지구를 살린다:살아있는 지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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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가 나오지 않는
이상한 여행 가이드북
새로운 여행 가이드북이 나왔다. 그런데 책을 아무리 뒤적여도 유명 관광지, 맛있는 음식점, 기차 시간표가 하나도 안 보인다. 대신 쪽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건 히말라야 포터 아저씨 이야기, 호텔에서 청소하는 아줌마 이야기, 티베트 난민촌 할머니 이야기, 필리핀 첩첩 산중의 작은 마을 이야기, 인도 불가촉천민들의 학교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히말라야 포터를 돕는 여행, 호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여행, 자유와 정의를 위한 여행, 숲을 지키는 여행, 동물을 돌보는 여행 같은 다양한 사례와 정보가 소개된다. 새로운 여행, 공정여행 안내서다.
새로운 여행, 공정여행Fair Travel이 온다
그동안 공정여행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고, 대학생 여행 공모전에 공정여행 프로젝트가 쏟아지며 새로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 책은 공정여행을 안내하는 첫 번째 책이다. 책에는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 여섯 가지의 시선으로 여행을 바라보며, Fair Travel Story, 깊이보기, 공정여행 팁, 공정여행 루트, 새로운 여행, 새로운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로운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정보들로 가득하다. 한 해 1,3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 새로운 여행에 대한 상상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여행에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 인구
지난 50년 동안 세계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는 사이 해외여행 인구는 무려 36배로 늘었다. 2007년 한 해 동안 9억 3백만 명이 해외로 여행을 했고, 관광산업은 세계 GDP의 10.3%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해외여행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한 우리나라 또한 세계 여행시장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25%에 이르는 1,300만 명이 해외로 나갔고, 한국 관광객의 지출 규모는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현지에 나쁜 영향은 끼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의 편안하고 즐거운 휴식 뒤에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어마어마한 관광수입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을까?
관광개발의 대가
한 사람이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남부 아프리카인보다 30배 많은 전기를 쓰고, 인도 고아의 오성급 호텔 하나가 인근 다섯 마을이 쓸 물을 소비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호텔 뒤편 세탁실에는 점심시간 ‘10분’ 외에는 종일 서서 다림질을 하는 여성이 있었고, 해변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고기잡이를 할 수 없게 된 어부들이 있었고, 사파리 관광 리조트에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빼앗기고 강제이주 당한 소수부족들이 있었다.
우리가 쓰는 돈이 100만 원이라면, 그중 40만 원은 비행기에, 그 중 20만 원은 여행사에, 20만 원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쓸 물건을 수입해 오는 데 지불되고 현지에 남는 돈은 20만 원. 그 중에서 현지의 마을에 돌아가는 돈은 1~2만 원뿐이다. 관광개발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숲은 파괴되었고, 바다와 땅을 잃은 이들은 호텔의 일용직 청소부, 짐꾼, 웨이터가 되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희망을 여행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관광의 그늘 속에서도 희망을 만드는 이들이 있었다.
성차별과 카스트를 뚫고 네팔 여성들을 히말라야 가이드로 훈련시키는 쓰리 시스터즈의 세 자매들, 여행자들과 함께 티베트 난민들의 자립을 돕는 무료탁아소와 여성 작업장을 꾸려가는 다람살라의 빼마와 잠양, 지역 농민들을 지원하며 유기농업 운동을 하는 호텔 투시타의 프롼잘, 팔레스타인 농민들과 올리브 나무를 지키고 있는 사디, 소수부족의 문화와 노래와 영혼을 지키고 있는 민다나오의 로잘리, 와와이, 쿠불라이….
그리고 티베트, 인도, 네팔, 필리핀, 태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쿠바, 런던, 덴마크… 아시아와 유럽, 남미를 넘나들며 다친 코끼리를 돌보고, 여성들과 대안생리대를 만들고, 아시아의 예술과 영성을 만나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가리워진 진실을 만나고, 깊은 배움을 얻어온 여행자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며, ‘소비’가 아니라 ‘관계’이며,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이들은 믿고 있다. 우리 삶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
경험과 배움과 나눔의 여행을 위한 길잡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여행은 새로운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여유 있는 사람들의 휴식과 오락의 방법이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을 넘어 개인이 세계를 만나는 직접적 경험으로, 젊은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봉사하고 실천하는 나눔의 장으로 여행의 의미는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여행자들이 늘어나며 그에 따른 정보를 찾고 있지만 기존 가이드북에는 소비적인 정보들 일색이었다. 깊은 경험의 여행, 배움의 여행, 나눔의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공정여행 가이드북은 보다 깊은 정보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는 작은 샘물이 될 것이다.
공정한 여행에서 공정한 일상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사랑하는 중요한 이유는 여행으로 자신의 존재를 다시 발견하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이 우리는 이끄는 것은 결국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닐까. [공정여행 가이드북]은 공정무역 제품 선택하기, 자신의 여행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내 주변을 재발견하는 동네 공정여행, 여행에서 만난 이들을 돕는 이들, 여행자들이 경험과 꿈을 나누는 공정여행축제 등을 소개하며 공정한 여행에서 돌아와 공정한 일상을 디자인해보자고 제안한다.
여행자들이 여행에서 느낀대로 삶을 바꾸어 나가고, 여행지를,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나눈 경험을 스스로 블로그에, 카페에 기록하고, 여행자들의 네트워크가 살아날 때, 새로운 여행은 상상할 수 없는 힘으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에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어떤 여행은 사람을 치유하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그 사람의 생을 뒤바꾸어 놓기도 하지요.
또한 어떤 여행은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당신은 새로운 삶과 새로운 지구를 위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 필리핀 예술가, 로잘리 제루도 (/ p.196)
책에 담긴 특별한 선물
이 책에는 또한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다. 흥미진진한 여행의 역사와 대안적 여행의 역사, 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의 이야기, 희망의 지도를 만드는 첫 번째 여행자의 공정여행 세계일주 프로젝트 소개, 세계 대안여행 운동가들의 특별 인터뷰 등이 그것.
[추천사]
남들과 다른 만남을 꿈꾸는 그녀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갈망하는 그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고 생각하는 그녀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의 힘을 믿는 그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까 궁리하는 그녀와 그에게 권하는 책
- 여행작가 김남희 추천사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여행이 바로 공정여행이었군요. - 여행바람
언젠가 저도 이런 사람냄새 나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네요. - jamieyang84
공정여행... 가슴이 떨립니다. -하은주맘
여행에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단 거죠? 그쵸? -모글리
여행의 묘미란 게 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밍기뉴
<저자 소개>
아름다운재단 간사 역임. 2003년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평화의 증인이 되고자 했던 임영신은 평화는 ‘평화로운 관계’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렇게 이라크 전쟁은 임영신의 삶을 바꿔놓았다. 평화를 배우는, 그 자신이 평화가 되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마흔한 번째 피스보트에 올라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리아, 레바논을 여행하며 갈등과 분쟁의 안개 속에서 희망의 꽃을 심는 사람들을 만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깊은 사랑을 만난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필리핀… 지난 4년간 20개국을 40여 차례나 넘나들며 임영신은 어느새 평화여행자가 되었다.
임영신은 늘봄, 시원, 슬빛,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를 둔 엄마가 어떻게 이런 여행을 했는지 수없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거꾸로 엄마가 아니었다면 위험 속에 있는 세상의 아이들을 품을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세계의 사람들과 관계 맺고, 관계가 사랑으로 더 깊어지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다리가 되려고 하는 임영신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 임영신은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의 협력간사로 일하다 2000~2002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의 모금 팀장으로 활동해왔다. 2003년에는 이라크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했고, 종전 후에는 전후 조사팀으로 다시 두 차례 이라크를 여행하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한국에 알렸다.
이후 피스보트의 게스트로 초대받아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 레바논 등을 여행한다. 지난해에는 내전이 그치지 않고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평화지역을 선포한 마을들을 여행하며 용서와 화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혜영저
삶에서 도망치듯 떠난 티베트 여행에서 시각장애인학교 아이들과 지내며 여행과 만남이 지닌 치유의 힘을 배웠다. 그 아이들을 기억하며 분쟁지역 아이들을 위한 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마음을 내기 시작했고, 그 마음은 티베트를 지나 네팔로, 인도 다람살라로 더 먼 여행의 길을 걸어가게 했다. 6년 동안 녹색연합의 생태주의 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만들었고 지금은 소나무출판사에서 생명과 세상을 일구는 책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을 쓰고 편집했다. 쓴 책으로 [갯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사계절), 함께 쓴 책으로 [산골마을 작은학교](소나무)가 있다.
이매진피스저
이매진피스는 문화, 예술, 교육, 시민운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다. 평화여행, 평화교육, 평화행동을 중심에 두고 2006년 가을부터 활동해왔으며 봄과 가을엔 거리로 나가 함께 만드는 헌책방을 통해 분쟁지역에 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국경을 넘는 여행, 경계를 넘는 만남을 꿈꾸며 아시아를 여행하는 길 위에서 관광의 깊은 그늘을 마주하며, 2007년 12월 ‘공정한 여행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시작된 공정여행 축제를 계기로 공정여행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여행인문학, 아시아 공정여행, 공정여행카페, 동네공정여행 등을 통해 새로운 여행을 나누고, 만들어 가는 일에 중심을 두고 있다. 공정한 여행이 공정한 일상을, 공정한 일상이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믿으며.
특히, 이번 책은 이매진피스의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지난 3년 동안 공정여행을 연구하고 여행하며 이룬 결실로 집필과 편집, 디자인 모두 이매진피스 활동가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이매진피스
www.imaginepeace.or.kr
공정여행카페
http://cafe.naver.com/fair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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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
|정의롭고 민주적인 여행을 위한 길잡이|
패멀라 노위카(Pamela Nowicka)저
패멀라 노위카Pamela Nowicka는 여행과 윤리를 주제로 여러 곳에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 활동가다. 여행 산업의 착취적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공정하고 올바른 여행을 안내하는 단체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의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노위카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제몫을 한다면 더 좋고, 더 공정하고, 좀 더 정의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발리나 스리랑카, 몰디브를 여행하는 우리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채 따뜻한 햇살 아래 일광욕을 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당에서 현지인의 시중을 받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앞에서 액세서리나 엽서 따위를 파는 노점상과 실랑이를 벌인다. 수많은 여행 패키지와 각종 땡처리 상품 중에서 ‘싸고 질 좋은’ 여행 상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에 몇 시간을 들이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여행지의 빈곤, 억압적인 정치체제, 기본적인 의료 시설 부족 따위의 현실은 간과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포장되곤 하는 현대인의 의례적인 휴식은 이렇듯 여행의 목적지, 즉 ‘현지’의 현실에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한 상태로 이뤄진다.
[공정 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는 이러한 여행의 맹점을 짚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여행 산업에 스며든 문화 제국주의, 시장의 욕망, 개발의 논리를 고발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향유하는 휴가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현지인들에게 이익이 되고 그들을 착취하지 않는 여행, 책임감 있고 공정한 여행을 위한 팁을 제시하고 있다.
|거대한 산업의 숨은 그림자|
오늘날 여행 산업은 석유와 마약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2004년, 전 세계가 나라 간 여행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세계 총 GDP의 10퍼센트에 이르렀고 2020년이면 해외 관광객이 16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관광이 빈곤과 싸우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설파하느라 여념이 없고 [세계여행관광협회] 같은 기업인 모임도 관광은 강제나 규제 없이도 제3세계 지역경제에 살을 찌운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들이 말하는 게 진실이라면 여행지의 현지인들은 관광 수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오두막에 살면서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웨이터와 혼자 힘으로 들지 못하는 무거운 과일 바구니를 온종일 머리에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여인들이 관광의 일부를 이룬다. 몰디브에서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5세 이하 어린이 수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의 수준과 비슷하다. 게다가 지역경제를 살찌운다는 관광산업은 현지의 환경과 삶과 문화를 파괴하고 관광 구역을 만들기 위해 대대로 내려오는 땅까지 병합하는 폭력적인 개발 과정을 동반한다. 여행 산업이 제공해 준다는 장밋빛 미래는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당신의 여행은 누군가의 가난을 딛고 서 있다|
책은 먼저 탐험에 대한 정열과 식민지 개척에 대한 꿈에 부푼 시대를 지나 현대의 대중 관광 시대에 이르기까지 해외여행의 역사를 일별한다. 여행은 그 시작부터 여행지를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그러한 사고는 관광지 개발 담론, 때로는 뻔뻔하게도 빈곤 퇴치와 세계 평화의 구호로 위장하고 있다.
저자는 개발이라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묻는다. 인도 고아 주의 신쿼림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우물물에 의존해 살아가지만 인근 휴양 단지의 관광객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객실로 돌아와 마음껏 샤워를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파이프로 물을 끌어다 쓰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높은 문화적 자부심과 끈끈한 공동체를 자랑하던 발리의 시골 마을엔 지저분한 도로와 맥도날드, 스타벅스, 각종 쇼핑몰이 지역 상점을 몰아내고 들어서면서 예전 풍경을 잃어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성수기 동안 반짝하는 달러벌이에 의존하게 되면서 과거의 전통적 삶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해졌다.
무엇보다 관광 수익은 가난한 휴양지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간다. 저자는 이를 ‘누출’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에 관광객이 들면서 생선 가격이 오르자 대규모 어업 기업들이 지역에 들어와 소규모 가족 기업을 대신하더니 결국 지역 수입이 줄게 됐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 경비를 사전에 지불하는 ‘패키지여행’의 수익 대부분은 다국적 여행사에 지불돼 지역민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몫을 빼앗는다. 타이에서는 관광객이 사용한 돈의 70퍼센트가, 카리브해에서는 무려 80퍼센트 정도가 그렇게 ‘부유한 본국’에 위치한 대규모 관광회사로 흘러들어간다. 빈곤 퇴치라는 복음을 되풀이하는 기업이나 국제기구의 말과는 달리 관광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혜택 대부분은 지역공동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관광산업이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의 호화 리조트에서 일하는 객실 청소부 콘수엘라는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도 혼자서 십 대 아이 두 명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인도의 관광 가이드인 라지는 알코올중독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고 카나리아제도의 웨이터인 산티아고는 우울증에 시달린다. 관광산업이 지역민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저숙련의 값싼 노동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국제 관광산업 피라미드의 최하층을 구성하며 기본적인 생계도 해결하기 벅찬 낮은 임금과 문화적 모욕까지 견뎌야 하는 감정 노동,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여행을 위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고단하고 틀에 박힌 일상에 대한 보상이자 구원이다. 그렇기에 여행지는 주로 ‘천국’의 이미지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천국이 누군가에겐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뿌리 내려 온 고향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오늘날의 세계화된 관광산업에서 여행은 기본적으로 불평등과 불공정을 지속시킨다. 부유한 선진국 노동자는 언제든 제3세계를 방문할 수 있는 자유 입장권을 갖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개발업자나 거대 여행 기업은 과거 지역민의 것이었던 물과 땅을 통제하고 지역 정부는 자국민의 삶의 터전을 외화벌이를 위한 환금작물 대하듯 팔아 버린다. 그런 와중에 유엔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는 관광을 아무런 근거 없이 제3세계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장려한다. 관광이 지금처럼 여러 소비 상품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의 여행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어떤 희생과 비용을 요구하는지 더 똑똑히 알아야 할 책임이 있다. [공정 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는 그 길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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