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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Now

달고기와 문배주

by Ganze 2018. 4. 28.

지난해 7월6일이다. 당시 기자는 2진으로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을 따라 독일에 간 1진 선배를 보좌해 한국에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오후 투덜대며 기사 작성을 도왔다. 예의 누구나 예상했던 ‘신 베를린 선언’으로 명명된 대북 메시지가 나왔다. 당시 북한은 우리의 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에 반응조차 없던 때였다.

40여일쯤 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높아지는 북핵 위기로 미국에서 ‘선제 타격론’이 뜨겁던 때였다. 이에 대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던 발언이다.

그리고 그해 12월20일 청와대 기자단이 황당해했던 미국 NBC 단독 인터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KTX 경강선 시승 행사중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에서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기간 중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실 황당한 것은 청와대 기자단만이 아니었다. 미국도 그랬다. 기자가 외교·통일부로 출입처를 옮기고 나서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합의가 전혀 되지 않았었던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대화파였던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바 있다.

전술한 세 가지 장면은 북한이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장면들이다. 정권 교체 뒤 달라진 대북 전략을 공표했고, 전쟁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그 실천적 방안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축소를 결단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발전이 시급하게 된 북한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섭외’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연출하지 못했던 배석자 없는 야외 오픈 밀담을 성사시켜냈다. 대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전세계에 단 둘뿐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직까지도 ‘열린 결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대로 시간만이 답일(only time will tell)지도 모른다.​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에서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영상 ‘하나의 봄’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이미지 크게 보기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에서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영상 ‘하나의 봄’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다만 2018년 4월 27일, 북측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측에 발을 디뎠던 때가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다. 2018년 한반도는 그에게 빚을 졌다.

(*이데일리 기사 중에서)



(사진은 모두 게티이미지에서 가져옴)